지멘스 62억 과징금 부과


독일의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인 지멘스에게 공정거래위원회가 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CT 및 MRI 장비 유지보수 시장에서 중소업체를 배제하고 독점했기 때문인데요. 공정위가 애프터서비스 시장의 횡포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국민의 건강이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불공정거래행위로 판단한 것이라고 합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CT·MRI 장비 판매 1위인 지멘스는 애프터서비스 시장을 독점하기 위해 중소 서비스업체와 거래하는 병원을 차별 대우하며 자기 회사와의 거래를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독일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 지멘스는 국내 CT·MRI 장비 판매 점유율 1위를 4년째 기록하고 있는 업체입니다. 지멘스는 판매한 기기에 대한 유지보수 시장도 독점하고 있었지만, 2013년 기기를 판매하지 않고 유지보수 서비스만 제공하는 독립유지보수사업자가 생기면서 판도가 달라졌는데요. 보건복지부가 CT·MRI 수가를 낮추면서 예산이 줄어 더 싼 값에 유지보수를 하고자 하는 병원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죠.

그러자 지멘스는 경쟁업체를 배제하고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2014년 1월부터 위법행위를 시작했는데요. 지멘스는 독립유지보수사업자와 거래하는 병원에 차별 대우를 하며 자사와 거래하도록 유도했다고 합니다.



지멘스 CT·MRI 장비를 점검하려면 장비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를 열 수 있는 일종의 비밀번호인 '서비스키'가 필요한데 자기 회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병원은 신청 당일 무상으로 서비스키를 발급해 준 반면 다른 업체와 거래하는 병원에는 유상으로 판매하면서도 최대 25일씩 시간을 끈 것으로 조사됐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일부 병원에서는 장비의 안전 검사가 지연되는 일도 있었다고 하네요.

지멘스는 또 다른 업체를 이용할 경우 안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문제가 생겨 위험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병원에 보낸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공정위 관계자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제조사인 지멘스의 의무인데 다른 서비스 업체를 이용하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속였다고 합니다. 결국 지멘스의 위법 행위로 경쟁업체 4곳 중 2곳이 결국 사업을 접었다고 하네요.



공정위는 통상 재발방지 명령을 내리지만, 환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의료기기와 관련한 사건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다 적극적인 시정조치를 하라고 지멘스에 명령했으며 병원이 유지보수에 필수적인 서비스키를 요청하면 24시간 이내에 최소 행정비용으로 이를 제공하도록 명령하였다고 해요. 또 공정위 조치 내용을 지멘스 CT·MRI 장비를 보유한 병원에 통지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이번 지멘스 62억 과징금 부과 처분은 후속 시장에서 벌어진 경쟁제한 행위에 대한 공정위 최초의 법 집행이라고 하는데요. 국민건강 및 안전에 관련한 이런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더 엄중한 조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