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차명계좌 과세 검토

2008년 특검이 확인하고도 별 다른 조치가 없었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4조 4000억원대 차명재산에 대해 금융당국이 과세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이건희 차명계좌 과세 관련법에 대해 유권해석 정비에 돌입했는데요. 차명계좌라도 가공의 인물이 아닌 실명으로 된 계좌일 경우 과세대상이 아니라는 게 기존 해석이었는데 사정기관의 수사 등을 통해 차명계좌로 밝혀졌을 경우 비실명 재산으로 간주해 고율의 세금을 물리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고 합니다.

2008년 조준웅 삼성특검이 찾아낸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명계좌의 경우 소멸시효 완성 여부도 과세 판단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회장이 차명계좌에 숨겨뒀던 주식과 예금을 찾아간 시점이 2008~2009년 무렵이었기 때문입니다. 통상 소멸시효는 5년이지만, 이건희 차명계좌의 경우 대국민 약속과 달리 실명전환 없이 인출해갔다는 점에서 부정한 방식의 세금회피로 인정돼 10년으로 연장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건희 차명계좌 몇개나 될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불법 차명계좌 1천여 개가 계열사인 삼성증권,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에 집중적으로 개설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회장이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4조 4천억 원의 차명재산은 이들 차명계좌에서 몰래 빠져나갔을 개연성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됐는데요. 당시 드러난 이 회장 차명계좌는 1천199개이며, 이 가운데 1천21개 계좌가 금감원 조사를 받았습니다. 조사 대상에 오른 차명계좌 가운데 20개는 1993년 금융실명제 실시 전에, 나머지는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만들어졌습니다.

은행 계좌가 64개, 증권 계좌가 957개였는데요. 은행 계좌는 우리은행이 53개(약 83%)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이어 하나은행이 10개, 신한은행이 1개였다고 합니다. 

증권 계좌는 삼성증권에 756개(약 79%)가 개설됐으며 이어 신한증권(76개), 한국투자(65개), 대우증권(19개), 한양증권(19개), 한화증권(16개), 하이증권(6개) 순이였다고 합니다. 특히 여러 증권사와 은행에 돌아가면서 만들어지던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는 2003년을 기점으로 삼성증권과 우리은행에 집중적으로 개설됐다고 합니다. 2004년의 경우 153개의 차명계좌 가운데 141개가 삼성증권, 9개가 우리은행에 만들어졌다고 해요. 

이건희 차명재산 중 삼성생명 및 삼성전자 차명주식은 삼성증권 내 차명계좌에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하는데요. 이들 계좌는 계좌 개설 및 거래 때 본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비실명계좌일 뿐 아니라 서류상 명의인과 실제 소유주가 다른 차명계좌라는 것이죠. 

금융실명제법은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비실명자산은 이자 및 배당소득에 90%의 세율로 소득세를 과세하도록 규정했습니다. 또 금융실명제 실시 전 비실명자산에 대해선 이자 및 배당소득에 90%의 소득세 차등과세뿐 아니라 금융실명제 실시일 당시 가액의 50%를 과징금으로 매기도록 했는데요. 이건희 차명계좌의 경우 소득세 차등과세나 과징금 징수 등이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금융위도 여권의 이 같은 지적을 반영,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에 대해 90%의 세율로 소득세 과세를 검토하기로 했는데요. 차명주식은 상속 및 증세법상 명의신탁 재산이며 차명주식 실소유주가 명의인에게 이 주식을 증여한 것으로 의제해 증여세를 매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증여세 부과 제척 기간은 부과 가능일로부터 10년이고, 사기나 기타 부정한 행위가 있는 경우 15년이라는 점 때문이죠.

그렇게 되면 2001년 명의 개서는 이듬해 말일의 이튿날인 2003년 1월 1일 증여 의제되고, 이때부터 15년인 올해 말까지의 차명주식에 증여세를 매길 수 있다고 합니다. 정부위의 삼성이라는 말이 말해주듯이 워낙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이건희 차명계좌 과세가 되는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